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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피해 못 막는 방화유리 판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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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비인증 방화유리가 난립하고 있다. 방화유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틈을 타 저렴한 가격과 허위인증을 내세워 불법 판매하는 업체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건설경제>에서는 방화유리의 두 축인 비차열유리와 차열유리의 실태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방화유리는 무엇?

방화유리는 건축물의 방화구획에 설치해 화재시 불길, 연기 확산을 정해진 시간 동안 차단한다. 이를 통해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인테리어까지 고려해 프레임과 방화유리를 결합한 유리방화문이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방화유리는 건축법상 갑종은 1시간 이상, 을종은 30분 이상 화재시 불 속에서도 견뎌야 한다. 연기와 불길 확산을 막는 비차열유리, 여기에 더해 열기까지 반대편으로 전달되지 않게 차단하는 차열유리로 나뉜다. 국내 건축현장에서 주로 널리 쓰이는 것은 비차열유리다.

비차열 방화유리는 건축법 제50조(건축물의 내화구조와 방화벽)와 제51조(방화지구 안에 건축물)와 하위법인「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23조(방화지구안의 지붕·방화문 및 외벽 등)에 따라 을종방화구획 내 창, 아파트 발코니 확장 구간의 난간을 대신하는 안전창, 아파트 비상계단 내 창, 방화벽 등에 쓰인다.

불에 잘 타는 PVC 창틀(흰색)에 임의로 FR인증을 새겨 납품한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 

△성능 미달 비차열 방화유리 난립

비차열 방화유리는 일부 강화유리 생산업체가 고가의 방화유리 전용 설비를 들여오면서 생산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제품이 난립하자 2008년 한국판유리창호협회가 단체표준 ‘FR인증’을 마련했다.

비차열 방화유리 시장 초기부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전용 설비로 제대로 생산하던 업체들은 FR인증을 취득하면서 고품질의 안전한 유리가 널리 사용되기를 기대했다. 까다로운 FR인증을 취득하고자 투자도 이어왔다. 비차열유리에 대한 FR인증은 방화창틀, 방화문과 유리를 결합해 성능, 품질을 검사한다. 또, 유리는 열에 의해 표면의 분자들이 서로 잡아당기면서 덜 깨지게 해주는 압축 응력 등을 평가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비차열유리를 생산하고 인증을 받으려면 전용 설비를 갖춰야 한다. 정기적으로 공장 생산 현황을 확인해 인증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열처리 유리의 자파를 방지하기 위한 히속테스트(Heatsoak test)도 필수요건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일부 강화유리 생산업체들이 강화유리를 비차열 방화유리로 속여 팔면서 시장은 엉망이 됐다. 건축법에서 비차열 성능 60분을 만족하는 성적서만 제출하면 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일회용 성적서’가 만연한 탓이다.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가 유통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FR인증을 받은 비차열 방화유리와 성능이 담보된 프레임을 따로따로 구매해 임의로 결합한 후 공인 시험기관에 성능 확인을 의뢰한다. 당연히 60분 비차열 성능 기준에 부합해 성적서가 발급된다. 그러나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이렇게 받은 성적서를 내세워 ‘비차열 60분 성능을 갖춘 방화유리’라고 홍보하며 전혀 다른 제품을 판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리 가공업체들은 공장에 갖춘 설비만 봐도 비차열 방화유리를 만들 수 있는지 다 안다. 또, 어느 업체가 방화유리 가공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들여올 예정인지도 뻔히 안다. 그러니 설비도 없는 업체가 강화유리나 FR인증을 받은 타 업체 유리로 성적서만 받아서 영업한 후에 엉뚱한 유리를 판매하는걸 보고만 있자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가 유통되는 또 다른 방식은 유리만 판매하는 것이다. 그것도 FR인증을 받은 유리가 아닌 강화유리를 판다. 강화유리는 유리 분자끼리 잡아당기는 표면 응력이 좋아서 순간적으로 불에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축법에 명시된 30분, 60분간 화염을 견딜 수 없다. 게다가 인증을 받지 않은 프레임과 만나면 방화구획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빌라, 원룸 공사현장에서는 PVC 창틀을 설치해 놓고 유리만 주문하는 곳이 부지기수인데, 이런 곳에는 강화유리 표면에 임의로 FR인증 마크를 새긴 위조제품이 들어간다. 이런 건물들은 건물 간 간격이 좁아 화재가 발생하면 더 빨리 위, 옆으로 확산하는데 이를 막으려고 만든 방화구획에 불쏘시개를 설치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화재에 취약한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는 점유율을 높여가며 시장을 좀먹고 있다.

업계는 연간 100억원, 12만㎡ 규모인 비차열유리 유통량 중 60분 인증을 받은 제품은 3만㎡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비인증 제품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FR인증 비차열 방화유리는 2016년 연간 4만㎡ 규모였던 것이 2017년에는 3만㎡, 작년에는 3만㎡ 이하로 줄었다.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가 널리 쓰이는 것은 가격 탓이 크다. 인증제품은 연구개발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판매 가격(두께 8mm 기준)이 비인증제품보다 3∼4배가량 비싸다. 1㎡ 기준 FR인증 비차열 방화유리 판매가격이 6만5000∼8만원 선이라면, 가짜 비차열유리는 2만5000원 밖에 안된다. 건축비 절감 요구가 더욱 강하고 관리감독은 허술한 소규모 건축현장일수록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의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

 

가짜 비차열 방화유리가 시공된 다세대주택. 옆 건물과 간격이 좁아 화재시 불길이 빠르게 치솟고 번져 피해가 커진다.

△감리, 시공자의 인식 전환 필요

부실한 관리감독의 책임도 크다. 불량방화유리와 관련한 최근 판례 역시 관리감독에 최우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제주지법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불량방화유리 시공업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17년 제주시청으로부터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고자 방화유리 납품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 제주시청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옆 건물과 인접한 다세대 주택의 방화구획에 PVC 창틀에 강화유리를 넣어 시공하도록 명시된 설계도면에 따라 납품한 후, 건축주 요청에 의해 방화유리 납품확인서를 제출한 것이다.

재판부는 허위 서류를 만들어 사용승인을 신청했더라도, 담당공무원이 서류만으로 승인을 결정했기에 위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업계는 제대로 된 비차열 방화유리를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판유리창호협회 관계자는 “비차열 방화유리는 유리와 프레임 제조사가 다르고, 유통처도 다양해 최종 수요자에게 제대로 된 제품이 전달, 시공되려면 생산공정부터 완제품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FR인증을 취득해 공정경쟁을 해야한다”면서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비차열 방화유리의 성능 기준을 강화해도 이에 맞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기술개발과 품질관리에 철저하므로 공공공사 등에 선별적으로 인증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경제신문(2020.1.29알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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